배우 섭외도 불한당원들이 직접 움직였다. 그리고 그 요청과 부탁을 김희원은 흔쾌히 승낙했다.

영화 ‘불한당(변성현 감독)’에서 고병갑 역할로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한 김희원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환호하는 600여 명의 팬들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감동받은 속내를 숨기지 못했다.

경쟁 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한 비운의 작품이라 배우도, 팬들도 애틋한 마음이 더 크다. 그 아쉬움을 움직임으로 보여주고 있는 불한당원들. 내 편만 모인 자리에서는 너도 나도 함께 주인공이었다.

배우 역시 마찬가지다. 김희원은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내내 ‘솔직함’을 무기로 꾸밈없는 매력을 뽐냈다. 팬들이 준비한 코스프레에 박장대소 하는가 하면, 차진 욕이 빛나는 명대사를 현장에서 직접 연기하기도 했다.

또 ‘불한당’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에도 속시원하게 답했다. “배우 인생에 있어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고 여러 번 강조한 김희원. 팬들을 위한 선물까지 준비한 김희원에 불한당원들에게는 더 더욱 잊을 수 없는 밤이 됐다.

– 극중 재호(설경구)·현수(임시완)와는 달리 병갑은 스타일이 굉장히 독특하다.
“감독님을 비롯해 여러 스태프와 상의했다. 너무 남성스럽지 않지만 어느 정도는 남성스럽게 보이고 싶은 의도가 있었다. 악세사리와 중간 길이의 펌 헤어스타일 등 콘셉트로 잡았다.”

– 병갑이와 재호의 고아원 시절이 궁금하다. 어떻게 친해졌는지, 또 병갑은 고아원에서도 재호 바라기였는지.

“고아원 시절은 나도 모른다. 근데 어렸을 때 대부분 그런 경험있지 않냐. 저 친구가 너무 좋을 때, 저 친구랑만 놀고 싶고, 저 친구는 나랑만 놀았으면 좋겠다.(웃음) 이렇게 마음 먹었을 때가 있지 않나. 동성이건 이성이건 상관없는 무제다. 영원히 내 옆에 남아줬으면 하는 친구들이 다 있었을 것이다. 그런 친구라고 생각했다.”

– 교복입은 여고생이 가득한 떡볶이 집을 찾은 이유는 무엇인가.
“대본을 해석할 때, 재호와 병갑의 대화 내용이 조직세력의 쿠테타니까 아무도 안 듣는 장소로 고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떡볶이 집을 갔다. 학생들은 들어도 이르지 않을 것 아니냐.(웃음) 상반된 장소를 택했다. 즉석떡볶이를 실제로 좋아하기도 한다.”

– 재호가 병갑이를 명패로 내려치던 그 순간  많은 관객들이 울었다. 병갑이의 감정은 어땠을까.
“그 신을 연기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다. 진짜 사람이라면 아무리 친구라도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데 어떻게 모르겠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내린 결론은 두 가지였다. 억울함과 본능적으로 무섭다. 그리고 ‘내가 혹시라도 울면 살려주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그렇게 연기했다.”

– 그런 재호에게 갑자기 현수가 나타났다. 현수가 나타났을 때 병갑의 감정은 또 어땠을까.
“꼭 둘이 있을 때는 아무 일도 없는데 한 명이 더 생기면 문제가 생긴다. 네 명이면 괜찮은데 세 명이면 문제가 생기더라. 현수가 맨 처음에 딱 왔을 때 여러가지가 있지만 ‘어? 쟤가 재호랑 친하네. 그래도 나한테는 안 되지’ 생각했을 것 같다.(웃음) 어렸을 때 친구를 만나면, 그 친구에게 되게 친한 친구가 생겨도 내 입장에서는 ‘그래도 얘는 나랑 제일 친해’라고 위로하지 않나. 같은 마음이었다.”

– 공동대표 제의하던 병갑을 사정없이 째려보던 재호에게 한 마디 해달라.
“공동대표 대사는 사실 애드리브다. 그 신을 찍기 전에 ‘어떤 말을 하면 좋을까’라는 의문만 있고 대사는 정해지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 현수가 전화를 하면 재호가 날 쳐다보면서 오해를 하는 커트가 생긴다. 솔직히 병갑같은 인물은 공동회장을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해를 불러 일으키면서 ‘조직이 재호를 이렇게 만드는데 일조했는데 나는 뭐 없냐’라는 느낌으로 농담 반 진담 반의 적절한 애드리브가 뭐가 있을까 하다가 그 대사를 생각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에피소드는 너무 많다. 칸 영화제에 갔다 온 것이 큰 에피소드이고, 설경구 형, 이경영 형님과 인생 이야기를 많이 했다. 인생 이야기를 많이 한 것이 나에게 많이 남은 것 같다.”

– 삭제된 목욕탕 신은 아쉽지 않나.
“목욕탕 신은 그 전날 문신을 그렸다. 사인펜으로 다 그리는 것이다. 5명이 함께 그려 총 7시간인가 걸렸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해 9시쯤 끝났다. 그리고  다시 오전 9시에 찍으러 갔는데 육체적으로 힘들더라. 몸이 너무 힘들었는지 연기가 되게 이상했다. 감독님도 이상하다고 했다. 그래서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블루레이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웃음)”

– 주량이 채 한 잔이 되지 않는다고. 대표 주당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난 물을 마시거나 콜라를 마신다. 그리고 이젠 나에게 술을 권하지 않는다. 술을 안 마신다는 것을 대부분 안다. 다만 1차까지는 잘 버티겠는데 2차, 3차는 힘들다. 그럼 콜라를 3L 정도 마시게 된다. 마셔봤나. 그게 더 힘들다.”

– 재호같은 친구가 있었다고 했는데 지금도 있나.
“지금은 없다.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봐도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정도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 러블리라는 별명에 대해 솔직히 어떻게 생각하나.
“들어 오면서도 말했지만 난 이런 자리가 처음이고 낯설다. 내가 뭐라고. 요정·러블리?라는 말을 들으면 항상 새롭고 짜릿하다.(웃음) ‘왜 이럴까. 왜 이렇게 많이 좋아해 주실까’ 생각해 봤는데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난 항상 솔직했던 것 같다. 지금도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것 같고. 그런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것 아닐까 싶다.”

–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희생 당했을까,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았을까.
“그 사람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예를 들면 내가 지금 아이는 없지만 아이가 있는 부모들은 아이를 위해 대신 죽을 수 있다고 하지 않나. 그 정도 되면 ‘그래, 그렇게 원하는데 죽어주자’ 싶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을 실제로 하기도 했다. 부모 자식간이 아닌 상황에서 누가 날 죽이려고 하면 ‘이런 씨~’ 하면서 같이 싸우겠다.(웃음) 하지만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잘 되길 원할 것이다. 내가 없으면 잘 되겠다? 그럼 없어져 줄 것 같다.”

– 마지막 인사 부탁한다.
“내가 연기자를 하면서 오늘같은 감동은 정말 색다르다. 바쁜 시간 속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좋아해 주시고 하는 모습이 감사할 따름이다. 제작사 대표님, CJ 측에도 ‘불한당’은 잘 됐다. 정말로 잘 됐다. 흥행 스코어가 조금 부족하지만 정말 다 행복하게 잘 됐다. 보통은 우리가 인터넷 때문에 가슴 아픈 경우가 있다. 오늘은 인터넷 때문에 가슴이 따뜻해진 순간인 것 같다.”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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