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를 뛰어넘은 별천지다.

감독·배우도 아닌 한 영화를 위한 이례적 팬덤이 형성됐다. 심지어 흥행작도 아니다. 하지만 빛받지 못했다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이들을 뭉치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눈길조차 받지 못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영화가 됐다.

스크린에서는 막을 내린 영화 ‘불한당(변성현 감독)’이 여전히 일부 팬들에게는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어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자발적으로 ‘불한당’에 의한, ‘불한당원’을 위한 행사를 진행, ‘불한당’ 관계자들을 역으로 감동케 하고 있다.

일명 ‘불한당원’이라 불리는 이들은 쉽게 설명해 영화 ‘불한당’의 팬, ‘불한당’에 푹 빠진 사람들을 일컫는다. 앞서 ‘무뢰한당’·’아수리언’ 등 한 영화의 팬을 자청한 매니아층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불한당원’만큼 조직적인 움직임은 사실상 처음이다.

15일 오후 7시 서울 월드타워 롯데시네마 슈퍼플렉스관에서는 불한당원들이 주최한 상영회 및 배우 초대석 행사가 열렸다. 이미 네 차례 정도 진행된 행사지만 반응은 여전히 뜨거운 상황. 특히 이 날 현장에는 배우 김희원이 직접 참석해 불한당원들의 환호를 받았다.

약 500여 명의 불한당원들은 상영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부터 극장을 찾아 서로 인사를 나누며 ‘불한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본 10번 이상은 이미 ‘불한당’을 관람한 이들이지만 처음 보는 영화를 맞이하는 양 이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한 30대 팬은 일간스포츠에 “행사 때마다 드레스코드가 있다. 오늘은 레드카펫이다”고 귀띔했다. 실제 현장에는 턱시도를 차려입은 팬부터 미니 드레스 등 눈에 띄는 스타일이 상당했다.

상영 전 환호로 영화를 맞이한 불한당원들은 상영회가 끝나자마자 박수를 치며 영화에 대한 애정과 예의를 표했다. 2층까지 이어져 있는 큰 관에서 쏟아진 박수와 함성은 칸 영화제 못지 않은 전율을 느끼게 만들기 충분했다.

‘희원애기’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불한당원들의 맹목적인 지지 속에 무대로 입장한 김희원은 “여기까지 걸어오는데 너무 떨렸다. 칸 영화제 때보다 더 떨렸다”며 “인생을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고 진심을 표했다

김희원과 함께 한 불한당원들과의 대화 시간 프로그램도 어느 공식 행사못지 않게 촘촘하게 짜여져 보는 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코스프레, Q&A, 명대사 되짚어 보기, 게임, 단체사진 촬영까지 1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불한당원들의 이러한 행동력은 1회성으로 끝나지 않으면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상황. 변성현 감독의 SNS 저속발언이 치명적인 논란으로 불거지면서 ‘불한당’은 제 70회 칸 영화제에 초청되는 경사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외면을 당해야 했다.

이에 따라 ‘불한당’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사라지면서 불한당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관을 자청, 점점 더 스케일 큰 행사로 주목받게 된 것. 굿즈 역시 개인적으로 직접 제작한다는 후문이다. 누가 알아주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 움직이는 행동력이기에 더 대단하다.

현장에 동행한 CJ엔터테인먼트 측 관계자는 “처음에는 ‘불한당’과 관련된 행사가 열린다고 해 확인차 방문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 그 이상의 준비성과 프로그램 진행 방식에 깜짝 놀랐다. 여느 홍보대행사 못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다”며 “감사한 마음에 보답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불한당원들에게 ‘어머니’라 불리는 폴룩스픽쳐스 안은미 대표 역시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처음 참석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울었다. 이런 감동이 또 어디 있겠냐. 영화 인생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며 “‘불한당’을 생각하면 여전히 아프지만 불한당원들로 인해 치유받고 있다. 감사하다”고 밝혔다.
조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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