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서진]공채탤런트란 타이틀은 내세우고 싶은 기억이 아니다. 솔직히 아픈 기억이 많다. 그럼에도 그 시절 부러움의 대상이자 동료이자 친언니 같은 사람이 있다. 두고두고 소중한 인연이 됐다. 바로 배우 김정은, 정은 언니다.

정은 언니는 MBC 공채 탤런트 25기 동기였다. 힘들었던 시절 정은 언니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던 소중한 인연이었다.

어느 날 정은 언니가 전화를 했다. 캐스팅 제안을 받았는데 고민된다는 내용이었다. 머리를 완전히 삭발해야 했다.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여배우에게 삭발은 마치 나체로 촬영하는 기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은 언니와 밤새 통화했다. ‘캐스팅 됐다’는 말이 부러운 게 아니었다. 정은 언니가 올바른 결정을 내려 잘되길 바랐다. 언니는 그런 존재였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진석 감독님이라고 했다. 그렇게 함께 작품을 해보고 싶었던 이 감독님(‘품위있는 그녀’ 제작사인 JS픽쳐스 대표)이다. 당시 공채탤런트들에겐 ‘함께 하자’고 하면 버선발로 달려갈 감독님이었다. 정은 언니도 그런 마음이었다. 삭발이란 큰 도전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언니는 두상이 예뻐서 아주 예쁠 거야. 삭발해, 언니!”. 통화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익히 알고 있듯 정은 언니는 MBC ‘해바라기’(1998)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런 정은 언니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부러움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기쁘고 흐뭇한 마음이 더 컸다. 정은 언니는 스타가 된 이후에도 변함없는 동료이자 친구였다. 나에게 정은 언니는 배우 김정은 이전에 소중한 사람이다. 지금처럼 힘을 주는 사이로 오래 남고 싶다.

△ 배우 유서진은…

1996년 MBC 공채25기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했다. 상명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약했다.최근 SBS ‘시크릿가든’에서 현빈의 첫사랑 역할에 이어 JTBC ‘품위있는 그녀’에 출연해 또 다른 전성기를 맞았다. 유서진이 20년 간의 배우 생활 동안 만난 사람 이야기로 자신의 연기인생에 대해 5회에 걸쳐 시리즈로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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