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7일 오후 대학로 TOM 1관에서 뮤지컬 ‘틱틱붐’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은 하이라이트 시연과 기자간담회로 이어지며 뜨거운 분위기를 선보였다.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 외에도 성기윤, 조순창, 오종혁까지 수십 년의 경력을 지닌 배우들은 마치 30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짧은 시간에도 작품에 몰입했다.

뮤지컬 ‘틱틱붐’은 배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의 데뷔 20주년 기념 작품이다. 뮤지컬 ‘렌트’의 극작가인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유작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젊은이의 삶과 사랑, 희망을 이야기하는 록 뮤지컬이다. 1990년 쓰인 뒤 공연되지 못하다가 사망 후 6년 뒤인 2001년 초연을 올렸다.

주인공 ‘존’은 자신의 작품을 브로드웨이에 올리고 싶어하는데 현실은 여의치 않다. 식당 웨이터로 생계를 꾸리는 존은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고 마케팅 전문가로 성공한 ‘마이클’을 보고 비참함을 느낀다. 여자친구인 ‘수잔’ 역시 뉴욕을 떠나 가정을 꾸리길 바라고, ‘존’은 작품의 완성에 점점 집착한다. 신경 과민 속에 점차 그의 귀에는 ‘틱틱’ 소리가 커져간다.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 정연, 성기윤, 조순창, 오종혁, 문성일이 출연하며 10월 15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정연, 문성일 배우를 제외한 나머지 출연 배우들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함께하는 동료와 ‘틱틱붐’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과시했다.

다들 한 동안 하는 배우들이 아닌가(웃음). 각자의 ‘서른 살’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ㄴ 이석준: 제 서른은 정말 힘들었다. 뮤지컬을 그만두고 싶었고 무대 위에 서는 걸 잠시 포기하고 싶던 순간이 딱 그때였다. 저는 계속 이야기하지만 이건명 씨 ‘틱틱붐’ 초연을 보러갔는데 보조석을 줘서 맨 앞자리에서 무릎 올리고 봤는데 펑펑 울었다. 유쾌하고 즐거운 장면 많았는데 그런 장면조차 거의 힘들던 시기의 제 이야기라 많이 울고 공감했다. 사실 조나단 라슨, 전세계를 놀라게 한 작곡가인데 ‘렌트’나 그 사람에 대한 감흥이 없던 시기에 저 스토리를 보며 누구나 터널을 지나는구나 싶었고 그게 ‘틱틱붐’이었다.

ㄴ 이건명: 전 공연하는데 어떤 큰 녀석이 무릎 꿇고 울면서 공연 보길래 누군가 했더니 제 친구였다(웃음). 저는 무대 위에 설 수 있음이 감사하고 제 행동에 관객의 마음이 흔들릴 수 있는 그 순간이 감사했다. 조금은 정화된 마음을 가지고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길 바라던 무대 위의 서른이었다. 많은 무대를 설수 있어 감사하던 떄였다.

ㄴ 배해선:저는 제가 20대에 30대 접어든 선배에게 계란한판이라고 놀렸는데 막상 제가 서른이 되니까 많은 나이가 아니었다. 인생의 새로운 느낌이나 새로운 일이 생길줄 알았는데 딱히 그렇진 않더라. 그래도 책임감도 생기고 20대 때보다 저를 어른대접 해주는 게 나쁘지 않았다. ‘서른’이 끔찍할 줄 알았는데 배우로서 더 많은 걸 경험할 수 있게 된 출발이 아닌가 싶다.

ㄴ 성기윤: 제게 서른, 이야기 길어질 것 같다. 서른이 가장 잘어울리는 최강 동안인 제가 너무 억울하게 최강노안으로 불리던 시절이었다(웃음). 20대 때는 20대 배역을 맡으려고 할 때 선배들이 10년을 지나야 그 시절을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기다렸는데 30대가 되니까 20대 역은 20대가 해야된다더라. 제겐 억울한 시간이었다(웃음). 전 너무나 앞만 보고 달리던 시기였다.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는 거겠지만, 때론 저를 너무 돌보지 못한 것 같아서 후회된다.

ㄴ 조순창: 섹시동안클럽에서 큐티를 맡은 조순창이다(웃음). 저는 27살에 결혼을 하는 바람에 아이가 생겨서 그 이후의 나이는 제게 무의미했다. 29세에서 30세 넘어가는 시절 에피소드는 그 때 ‘햄릿’이란 뮤지컬 하고 있었는데 같은 나이 친구들 셋이 있었다. 29세에서 30세 넘어가는데 어떡하냐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따로 모여서 자축하기로 했다. 12월 31일이 됐는데 당시 같이 공연하던 박건형 선배가 뭉치기 좋아하고 의리를 중시했었다. 그런데 저희끼리 자축하고 싶은 마음에 모이자던 선배 몰래 셋이 신사동에 갔다. 다음날 공연장에서 인사드리니까 ‘누구세요?’ 하시더라. 푸는데 다음 추석까지 걸렸다(웃음).

ㄴ 오종혁: 저는 30살에 군대에 가서 딱히 기억이 별로 없다. 30세에 이등병이라 뭘 느끼고 할 새가 없었다. 기억나는 건 자려고 누웠는데 당직사관이 저를 재밌게 해주신다고 취침 시간인데도 갑자기 ‘이등병의 편지’랑 ‘서른즈음에’가 나왔다. 그걸 들으면서 울며 잠든 기억이 있다.

‘조나단 라슨’ 처럼 고뇌하는 후배 배우들에게 선배로서 할 말이 있는지. 얼마 전 ‘매드쇼’란 공연을 열기도 했는데.

ㄴ 조순창: 좋은 선배가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 문화 자체가 주인공 편향적인 시스템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데 정말 좋은 배우 원석같은 배우들이 많다. 우리는 가볍게 앙상블이라고 말하지만, 그들도 엄청난 경쟁을 뚫고 들어간다. 그런데 노래만 하고 춤만 출줄 아는 게 아니고 각기 재밌고 재능있는 친구들이 많아서 관객들에게 그걸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매드쇼’ MC로 호기롭게 덤벼들었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6명의 배우가 출연했는데 다들 공연히 끝난 후 제게 손편지를 써서 줬다. ‘온전히 나라는 배우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주셔서 행복하고 감사했다’더라. 기회가 닿는다면 앞으로도 그런 걸 계속 만들어보고 싶다. 누군가가 그런 취지를 갖고 나눌 수 있는 생각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또 해보고 싶다. 저희끼리 1류가 아닌 2류쇼라고 이야기했는데 우린 배우든, 가수든 어디든지 다들 1등이 아니면 너무 힘들게 사니까 이들과 함께 퀄리티있는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다.

이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틱틱붐’이 어떤 작품인지 설명해달라.

ㄴ 이건명: 아는 사람만 아는 작품이라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웃음). 내용을 설명할 때 29세에서 30세를 넘어가는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고뇌와 갈등을 그렸다고 한다. 그런데 29세 때 들었던 째깍소리를 39세에도 들었고 지금도 듣는다. 아마 60세, 70세가 돼도 소리의 크기는 조금씩 줄어들지 몰라도 절 계속 따라올 거 같다. 이거 연습하며 대본을 다시 보니 나이가 중요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큰 언덕이든 작은 언덕이든 거기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는 이야기구나 싶었다. 20대, 30대에 할 때와 지금은 한발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시간이 되니까 그 시절의 사람에게만 좋은 작품이 된다기보다는 모든 관객들에게도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래서 공연하며 점점 더 알차게 익어가는 것 같다.

ㄴ 이석준: 덧붙이자면 이 작품을 예전에 분석한 것과 지금 분석한 게 많이 달라졌다. 예쩐에는 한창 혈기왕성할 때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이의 이야기로 풀었다. 지금은 제일 중요한 게 그때의 조나단 라슨은 주저앉은 청년, 달려가는 청년에게 둘 다 똑같다. 둘 다 괜찮다. 좀 넘어지면 어떠냐. 지금 자체로 아름답고 자기 목소리를 내면 된다는 이야기더라. 저희가 소름끼치도록 놀랐던 점은 89년에 만든 작품이 2017년의 우리가 겪는 문제들을 알고 있듯이 청년, 어른들에게 ‘주저앉아도 돼. 그게 뭐 부끄러운 거야?’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지금 20대들이라면 꼭 보셔야 할 작품이 아닌가 싶다.

다른 배우들도 이 작품에 관련된 추억이 있는지. 새로 합류한 배우들은 ‘틱틱붐’의 매력을 한마디만 밝혀달라.

ㄴ 오종혁: 저도 사실 ‘틱틱붐’을 처음 함께하며 알게 됐다. 사전 정보 없이 형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게 왔는데 다른 경로로 소개가 왔더라도 무조건 했을 것 같은 작품이다. 대본 보고 소름끼치기 쉽지 않은데 옛날 작품인데도 이 시대에 공감 얻을 수 있는 작품이구나 싶다. 제가 도와드리는 게 아니라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 기쁘게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다.

ㄴ 조순창: 저도 이번에 참여하게 됐다. ‘틱틱붐’은 뮤지컬 학과의 교보재같은 작품이다. 그 속에 나오는 교과서 같은 배우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 제겐 18년 이상 알고 지낸 오래된 형 누나들이라 흔쾌히 재밌게 놀 수 있겠구나 싶어서 가슴 벅차게 달려왔다.

ㄴ 성기윤: 배우로 무대 위에 서면서 계속 충족감을 갖기 쉽지 않다. 그리고 정말 잘 교감되는 배우도 있지만 아닐 때도 종종 있다. 그런데 10여년 전에 무대 위에서 누구 하나 자신이 내가 잘났다며 뽐내지 않고 순전히 교감하고 공감하는 에너지만으로 무대를 채웠던 기억이 있다. ‘틱틱붐’은 그랬다. 지금도 그랬던 친구들과 다시 한번 같은 작품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ㄴ 배해선: 사실 이 공연이 무척 어렵고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올렸다. 학교를 다닐 때 선배, 오빠들과 약속했다. 열심히 배우하다 10년 후 20년 후 다시 뭉쳐서 공연하면 재밌겠다. 그런데 그 무모한 도전이 정말 이뤄졌다. 작품 준비하며 그런 도전이 너무 필요하다 생각했다. 웰메이드가 뭘까? 많은 제작비와 많은 크루. 그런 작품도 서봤지만, 작품에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우리가 더 뜨겁게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도 아름다운 일인데 가슴속에 불길이 꺼질 쯤 다시 살리게 해준 작품이 ‘틱틱붐’이라고 생각한다. 건명 씨가 최초 초연하고 12년 전에 다시 다음시즌을 올렸는데 안무 노래 장면 하나 만들려고 얼마나 고민했나 싶다. 머리 맞대고 했던 이야기 자체가 저희를 흥분시킨 작품이다. 그래서 더 진하게 기억남는 것 같고 ‘저희가 이런 멋진 작품 올렸다’가 아니라 ‘저희 부족하지만, 너무 재밌게 하고 있다. 관객들도 함께하면 좋겠다’ 그런 마음에서 ‘틱틱붐’을 다시 꺼내게 됐다. 저희는 이 작품을 통해 치유받고 위안된다. 그래서 흔쾌히 많은 스탭과 배우들이 함께 뭉쳐주셨다. 마음 모아주신 모든 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어준 작품이다.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 시간이라 너무 감사하다. 미처 이 공연 못 본 분들도 계시겠지만, 많이 오시면 좋겠다. 새로 장 본게 아니라 집에 있는 반찬 내놓은 느낌이다. 소담하게 있는 그릇에 담았다. 저희가 느끼는 거 부족하지만, 함께 공감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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